본문 바로가기

호주이민

인생 확장의 경험-망설이지 말고 그냥 해라

당신은 컴퓨터의 사양이 확장되는 것과 같이 당신의 뇌가 확장이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지?


나의 해외여행 첫 경험은 20대 중반의 싱가포르였다. 
세계적인 호텔체인에 일하면서 다른 나라에 있는 최고급 호텔에 100불이 안 되는 가격에 투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싱가포르로 여행을 갔다.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출국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세상의 어떤 일보다 설레고 기다려졌다.
다른 나라 공항에 내렸을 때 들이마시는 공기부터 한발 한발 내딛는 땅까지 여행은 당시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여행만큼 좋은 활력소는 없었다.



호텔에서 일하면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게 되는데 영어를 못하는 점이 항상 콤플렉스였다. 여행을 할 때에도 부족한 영어는 여행을 100% 즐기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일을 한 지 10만에, 30대의 초반에 영어권 국가에 어학연수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은 그 당시에 내 삶에서 나 자신이 절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일 중에 하나다.

호텔에 태양의 서커스 팀이 6개월 장기 투숙을 하게 되면서 나는 캐나다라는 나라에 큰 궁금증이 생겼다. 태양의 서커스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서커스 팀이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유쾌했다.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기로 했다. 회사에 무급휴가에 대한 허락을 받고 비자를 준비하는데 1년이 걸렸다.

회사일과 비자 준비에 여념이 없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으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캐나다에서의 나는 운이 참 좋았다. 태양의 서커스 팀처럼 좋은 사람들만 만났다. 길거리에 지도만 들고 서 있어도 누군가 다가와서 도움을 줬다.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일 년이었다. 

그 일 년 동안이 내 삶의 경험과 지식을 두 배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나는 그전의 내가 아니었다. 마치 컴퓨터의 버전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것이어서 많이 낯설었지만 또다시 느끼고 싶은 만큼 중독적이었다.

다시 돌아간 호텔 일은 더 즐거웠고 영어 때문에 자신감도 붙었다. 날개를 단 것 같다는 말이 딱 맞았다. 

호텔에는 직원 역량 강화를 이유로 여러 가지 사내 대회를 개최했는데 자신감의 결과인지 상을 많이 받게 되고 뉴욕, 파리 등 더 많은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호텔 연수부에서 진행한 프로그램 중에 1년 동안 지속되는 교육도 있었는데 그 교육을 마치고 경영진 앞에서 한 가지의 주제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마치면서 부상으로 두바이 2개월 연수가 주어졌다. 두바이에서의 2달은 캐나다에서의 1년과 맞먹는 경험과 지식의 확장을 가져왔다. 두 달 연수 후 한국에 돌아왔지만 다시 해외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은 짧은데 나이만 자꾸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30대 중반이었다.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당장 들어온 오퍼는 힐튼 호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한식당이었고 직접 가서 면접을 봤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여행만 즐기다가 왔다.

프랑스 그르노블에 4성 호텔과 온라인 면접을 보기도 했는데 당연히 불어를 잘 못하므로 떨어졌다. 불어를 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첫 질문부터 대답을 못했다. 무슨 배짱인지..

몰디브에 있는 호텔도 면접을 보자고 했지만 몰디브라는 곳이 너무 생소해서 면접조차 보지 않았다.

결국 두바이에서 같이 일했던 매니저에게 일자리를 구한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하루 만에 연락이 와서 인터뷰가 성사됐고 식음료 매니저, 인사부 매니저 그리고 총지배인 총 세 번의 인터뷰를 거쳐서 합격이 됐다. 면접은 모두 호텔 근처 커피 빈 앤 디 맆 커피숍에서 이어폰을 끼고 봤다. 
비행기 표를 손에 쥐기까지 한 달 반이 안 걸렸다. 두바이는 한국보다 스피드가 빠르다.


두바이에서의 한 달은 한국의 일 년과 맞먹는 경험과 지식의 확장을 가져왔다. 하루하루의 삶이 너무 꽉 차서 한국의 삶이 너무 천천히 간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매니지먼트 팀에 있으면서 일에 성과가 나지 않으면 다음날 퇴사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서바이벌 게임과 같았다.

거기서 4년을 버티고 남편을 따라 베트남을 거치고 지금은 호주, 이민을 온 지도 5년 반. 그동안 비자를 신청하고 받느라 3년의 시간을 긴장 속에서 보냈다고 해도 호주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경험해 왔던 "경험과 지식의 확장"을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 찾아서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커피숍을 사서 운영을 해 본 것이나 집을 사서 스스로 고쳐본 것 등이 호주에서의 가장 큰 경험과 지식의 확장이었다.


확장된 지식과 경험은 나를 계속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더 좋은 곳이 있다고 더 배울 것이 많다고 더 경험할 것이 많다고 나를 움직이게 했다.
결론이라는 게 있을까? 내 인생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나의 확장과 성장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하려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면 된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갈 때에도, 두바이로 이직을 하려고 할 때에도 주위 사람들은 하지 말라고, 큰 후회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람들 말을 믿고 내가 하려던 일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해 있었다면 난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지만 단 하나 확실히 아는 것은 어쨌든 인생은 매 순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고 항상 가지 않은 길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결정해도 후회는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그냥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어느 쪽으로든 후회는 할 테니 말이다.